유럽 미술관 도장 깨기 ② 런던 테이트 모던 - 조르주 브라크,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이브 클라인, 루바이나 히미드 그리고 비상대피 ssul
이번 시리즈는 내가 런던 갈 때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인 미술관 테이트 모던!
테이트 모던은 내가 정말 정말 사랑하는 미술관이다. 내가 사랑하는 뒤샹의 fountain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점, 건축의 특성도 내가 환장하는 포인트긴 하다. 하지만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포인트는 테이트 모던의 시그니처인 로비 공간 터빈홀에 드러누워 작품을 감상하던 기억이다.
미술관의 로비인 터빈홀에서는 주로 블록버스터 규모의 작품이 전시되고, 관객들은 이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관람한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2022년은 코로나-19의 끝물이었기 때문에 터빈홀은 작품 전시 공간이 아닌, 입장 티켓 체크하는 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있었다.. 아쉬워 😢
어쨌든 내가 사랑하는 미술관이기 때문에 이번 포스팅은 덕후스러운 모먼트가 많음 주의 😂
테이트 모던은 테이트 네트워크에 소속된 런던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이다. 영국 작가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테이트 브리튼과 달리 테이트 모던에서는 영연방 국가 외에도 다양한 국가의 동시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테이트 모던의 건물은옛 화력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활용한 곳이다. 미술관 개관 이후 이후 인근 지역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고, 이로써 테이트 모던은 도시재생 건축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이외에도 테이트 모던은 창의성을 창발시키기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훌륭해 예술교육 분야에서도 자주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뱅크 사이드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 앞에는 템즈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그 앞에는 템즈 강을 가로지르는 밀레니얼 브리지가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건너면 영국 왕가의 결혼식, 국장 등의 국가적 행사가 열리는 런던의 랜드마크 세인트 폴 대성당이 마주하고 있다.
테이트 모던 인근에는 Brough Market이 있다. 그쪽에 위치한 Monmouth Coffee의 플랫 화이트는 정말 환장하게 맛있으니 미술관 가는 날 꼭 마시고 오기로 약속해! 🫶🏼
테이트 모던도 테이트 브리튼과 같이 기본적으로 무료이나, 일부 전시는 유료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난 2022년 5월 테이트 모던을 방문했고, 그 당시 SURREALISM BEYOND BORDERS, LUBINA HIMID 전시 티켓을 각 £16 정도에 구매했던 것 같다.
근데 사실 2년 전 방문인지라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보통 티켓 금액은 £16 ~ £18 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Monday to Sunday 10.00–18.00
Last entry 17.30
공식 홈페이지에 명기되어 있진 않지만 테이트 모던은 금, 토요일에 오후 10시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런던은 비교적 치안이 괜찮은 도시이기 때문에, 하루의 마무리 일정으로 전시를 보러 가는 것도 런던을 즐기는 꽤 괜찮은 방법이다.
유럽답게 테이트 모던에서는 미술사 책에서 자주 보던 거장들의 '원본' 작품이 발에 차이도록 전시되고 있다.
한국에선 원본 작품이 전시된다고 하면 사람들 몰려서 도떼기 시장같은 전시장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난 유럽에서 전시를 안 보고 오는 건 진짜 인생에 엄청난 손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
In the Studio는 테이트의 소장품 중 예술가의 작업실과 추상작품에 관련된 작품을 10개의 컨셉 룸으로 구성한 전시이다.
확실히 테이트 네트워크가 보유한 소장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런던에서 보고 왔던 전시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on going인 전시이다 😂
이번 포스팅에 별도 사진을 추가하진 않았지만, 테이트 모던에는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르셀 뒤샹의 Fountain도 전시되어 있다. 난 이젠 별 감흥이 없어서 이번 방문에서 보고 오진 않았지만 😂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콘템포러리, 포스트 콘템포러리 등 현대미술과 관련된 수많은 사조들이 언급되지만, 미술계 내에서도 여전히 합의된 바는 없다. 아마 이건 이 시대가 끝나고 몇 백 년이 지나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
그래도 그나마 합의된 지점은 사진의 등장 이후 미술은 있는 현실을 똑같이 담아내는 재현이 아닌, 미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쯤에도 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무튼 그 시기 등장한 미술사조가 흔히들 알고 있는 야수파, 입체파! 역시 내가 애매하게 알고 있는거 보니 난 전공자가 맞네 🤣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입체파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지만, 입체파의 시초는 조르주 브라크이다. 국내에서 많이 조명되지는 않은 작가라 미술사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는 그런 작가인데, 그 조르주 브라크의 작품이 In the Studio에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난 좀 심장이 뻐렁치더라고 ✨
물론 입체파의 아이콘 피카소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풰블로우 퓌카쏘~
방문 당시 피에르 보나르는 몰랐지만 작품 보고 오 좋아~ 하고 냅다 사진은 찍어 왔다.
찾아보니 피에르 보나르가 후기 인상주의와 현대미술을 잇는 중요한 작가라는데.. 예.. 역시 전공자들은 뭔갈 알긴 아는데 애매하게 안다는 밈은 정말 사이언스다 😂
줄리예 크니퍼의 작품. 사실 줄리예 크니퍼도 처음 보는 작가였는데, 작품을 보자마자 국내 추상미술 작가인 윤형근의 천지문 시리즈가 생각났다. 비슷한 톤은 쓰고 있지만, 각 요소의 경계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동서양의 차이가 갑자기 좀 재밌게 느껴졌다.
난 추상도 좋지만 이런 물성 있는 작품도 너무 좋더라. 그림도, 조각도 아닌 그 경계에 있는 작품 🫶🏼
나왔다 내가 제일 좋았던 COLOUR 섹션! 진짜 모노크롬 원 없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정말 정말 정말 사랑하고 사랑하는 이브 클라인과 IKB!
IKB는 International Klein Blue의 약자로, 이브 클라인이 개발한 파란색이다. 이 IKB 컬러는 이브 클라인의 작품에서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어서 이브 클라인의 시그니처로 봐도 무방하다.
차가운 추상 뭔드뤼엔~
사이 톰블리라는 이름은 나에게 낯선데, 이 작품은 어디서 많이 봤었다. 유럽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이런 기분으로 "어?!" 한다. 그래서 피곤한데 못 나간다. 다 내가 어디서 본 거거든... 😂
In the Studio를 보고 다음 전시장으로 이동하다 보면 미술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Jenny Holzer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가장 핫한 동시대 작가 중 하나인 제니 홀저는 텍스트와 네온사인을 활용해 작업하는 미국 작가이다. 다들 이리저리 다니면서 한 번쯤은 봤던 어! 그 작가! 의 그 작가를 담당하고 있는 분이다.
제니 홀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 조셉 보이스의 작품. 거장들 답게 한 공간에 작품이 모여 있어도 각각의 작품이 전혀 밀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조화로웠다.
이제 다음 전시로 넘어가려고 하는 중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고, 방화벽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갑자기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타이밍은 티켓을 구매한 유료 전시는 이제 막 보려던 참이었던지라, 한화 6만 원에 달하는 티켓을 그대로 날릴 뻔한 위기였다. 그래서 티켓 부스로 가서 다음 날 관람할 수 있는 티켓으로 당일 티켓을 교환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와중에 프랑스나 스페인이 아닌 말 통하는 영국에서 사고 터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도 찐 광기구나 😂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방문한 테이트 모던! 일단 배고프니 뭐라도 하나 먹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3층인가 5층의 카페! 세인트 폴 대성당 뷰 보면서 샌드위치를 하나 뿌셨다. 근데 영국놈들은 이 간단한 샌드위치마저도 맛없게 만드는 대단한 놈들임
자 이제 진짜 진짜로 'SURREALISM BEYOND BORDERS' 😂
전시 이름과 같이 이 전시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주축으로 하는 전시였고,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등 다양한 초현실주의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살바도르 달리~ 붼 고흐 같이~ 의 살바도르 달리 작품 근데 굳이 전화기에 랍스터를 올렸어야 했나...
난 만 레이의 초현실주의 사진을 볼 줄 알았는데, 있는 줄도 몰랐던 레디 메이드 작품을 만나서 당황스럽고 반가웠지 뭐야
루바이나 히미드는 2017년 터너 프라이즈를 받은 영국의 여성 예술가로, 1980년대의 영국 흑인 예술 운동의 선구자이다. 히미드의 작품 세계는 서구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노예제도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여성 예술가의 연대를 강조한다.
흥미로웠던 히비드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전통적인 캔버스를 벗어나는 점이었다. 복수의 캔버스를 연결하기도 하고, 캔버스가 아닌 오브제에 페인팅을 하는 등 재미있는 시도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유화가 아닌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강렬하게 전달되는 아크릴 물감 특유의 색감 또한 히미드의 작품에 잘 어울리는 재료라 생각했다.
스케일이 큰 작품 또한 다수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작품에서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예술과 조각,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히미드의 특징이 잘 나타났다.
캔버스, 화이트 큐브 등 비교적 정직한 백인 작가의 작품에 비해 자유로운 흑인 문화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큐레이터와 작가를 겸하는 히미드 개인의 커리어 특성 또한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테이트 모던은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영미권 국가의 미술관답게 소장품과 전시의 질적 수준이 너무 높아서 언제 가더라도 항상 바쁘고, 시간에 쫓겨서 보게 된다.
이번 방문 또한 힘들어서 나가고 싶어도 계속.. 미술사 공부하며 많이 봤던 작가들이 보여서 힘들어죽겠는데 나갈 수 없는.. 약간 뭐랄까 울며 겨자 먹기 같은 마음으로 전시를 봤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
그래도 미술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을 발에 차이도록 보는 경험이 너무 좋았다.
특히 미술관 문화 측면에서도 너무 좋은 점들이 많았다. 이전과 달리 코로나19의 끝물 시기이긴 했지만, 유럽 박물관에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는 관객들이 학생들이 미술관에서 이젤을 피고 앉아 작품을 크로키하거나,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작품을 감상하는 등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들이다. 말 그대로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교양 있는 특정 계층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이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시니어 관객을 위해 비치된 큰 글자로 인쇄된 전시 서문이었다. 예술이 젊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계층의 관객이 자유롭게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럽 미술계의 시니어 프렌들리 한 시도가 너무 좋았다.
언젠가 대한민국의 예술계에서도 모든 계층이 향유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아래는 내가 찍은 사진 아니고, 터빈 홀 인생샷으로 유명한 Olafur Eliasson의 Weather Project 전시 당시 사진! 그냥 내가 좋아하는 터빈홀 사진이라 소개하고 싶어서 테이트 홈페이지에서 주워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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